해외 기행/2019. 5 이탈리아 구비오

이탈리아 - 마지막, 그리고 충동

baracude 2021. 4. 25. 13:14

저는 지금 무사히 집에 도착해서 빠른 인터넷이란 얼마나 사람을 감격하게 하는가를 절실히 느끼며 이탈리아의 마지막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어제, 비행기 시간이 저녁 9시인지라 공항까지 이동하는 약 반나절의 시간동안 무얼할지...

그 직전까지 전혀 정해놓은 바가 없었습니다. 

(느려터진 인터넷 때문애 자료 조사가 영 불가능한 상태였죠.)

 

그래서 Gubbio에서 로마 공항으로 가는 경로만 슥 훑어보다 충동적으로 방문할 곳을 (지명과 어디서 들어본 소문 몇 가지만 제외하곤) 전혀 어떤게 있는지 알지 못한채 결정하였습니다.  

 

그래도 꽤 성공적인 방랑을 마치고 흡족한 마음으로 귀국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 기록 시작합니다. 

 

일어나서 아침먹고 짐 싸서 출발하려고 보니 날씨가...

 

 

 


또다시 비가오고 하늘은 잔뜩 찌푸렸습니다. 저는 필시 공항에서 여기에 오는 도중 시공간의 터널을 지나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여기에 머무는 5일 동안 단 하루만 제외하고 매일 비가 내리고 최고 기온이 고작 10도 머무르는 이곳은 분명히 (제가 아는) 이탈리아가 아닙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인근에 성 프란치스코 성인이 태어나 자란 동네인 아시시입니다. 그래서 동명의 다른 성인들과 구분하기 위해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라고도 합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워낙에 뛰어난 업적을 많이 남겼기 때문에 현 교황 이전에 그 부담감에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사용하신 교황이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널리 알려져 있고 그 때문에 상당히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분주한 곳입니다. (여기까지 알고 있는 사전 정보 끝)

 

입구에 주차를 하고 걸어올라갑니다. 


도시 전체가 비탈져 있는 구조라 일단 높은 곳에 먼저 오른 뒤 천천히 내려오며 보는 것이 계획입니다. 

 

 

 


성 프란치스코 기억 박물관이라고 하는데 찬찬히 둘러볼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높은 곳에 오르니 성당과 분수가 보이면서 관광객들도 보입니다. 제가 오른 길이 흔히 관광객들이 가는 길은 아니었나 봅니다. (도시가 조용하다고 괜히 혼자 좋아했었습니다. ^^;;;)

 

 


제법 북적이면서 무언가 행사 리허설도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내려가는 길은 상점도 많고 관광객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 도시의 가장 핵심 포인트인 성 프란치스코 성당이 가장 아래쪽에 나옵니다. 


가장 아래쪽이긴 하지만 그 바로 뒤가 절벽이고 다른 건물이 없는지로 경치는 가장 좋습니다. 

 

 

 


성당 내부와 성 프란치스코의 시신을 모신 곳 등은 사진 촬용이 금지 되어 있고 내부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안마당만 촬영이 가능합니다. 


썩 어울리게도 새 두마리가 서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동물들에게도 설교한 것으로 유명하며 새들에게 설교하는 모습으로 가장 많이 묘사됩니다.)

 


아아... 제가 가본 곳 중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1층, 2층에 예배당이 모두 있는 것이 독특하며 특히 1층 예배당의 성전 천장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다른 유명 성당처럼 화려함은 없지만 (화려함은 성 프란치스코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 아름다움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으며 왜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오는지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종교에 관심이 없으셔도 순수한 그 아름다움을 보시기 위해서만이라도 꼭 기회가 된다면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나오는데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성 루도비꼬 이름이 적혀 있네요. 


구비오에서는 늑대를 교화시킨 일화 때문에 성 프란치스코가 늑대와 같이 있는 모습이 많았지만 여기서는 일반적인 모습인 새와 같이 있는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웅장하지만 화려하지 않고 담백합니다. 

 


시간 여유가 없어 출발전에 파니니 하나로 점심을 먹습니다. 영어로 햄과 치즈라고 적혀 있지만 들어있는건 프로슈토와 파마잔이었습니다. 영어의 짧은 표현력에 파니니가 무지 억을할 듯 싶습니다. 

 

 

다음 장소로 향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에 해가 빛나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시공간의 터널을 넘어 제가 아는 이탈리아로 돌아온 듯 합니다. 

 

이어서 방문한 곳은 Civita di Bagnoregio 입니다. ("시비타 디 반뇨레쪼"라고 읽는다고 구글맵이 그럽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의 영감을 받은 곳이고 지반 침하로 인해 점점 무너져 내리는 곳이라 얼마나 더 남아 있을 지 모르는  곳이라고 합니다. (지난 번에 다녀온 몽 생 미셸도 그렇고 미야자키 하야오는 여러 곳에서 영감을 받은 듯 싶습니다.)

 

기존의 몽생미셸 여행기를 보시려면...

 

몽 생 미셸

오늘은 하루 회의의 압박에서 벗어나서 평소에 가보고 싶어했던 몽생미셸을 다녀 왔습니다. 파리에서 차로 약 4시간 여를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어느 방법을 이용하든 다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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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국도로 정선을 넘어가는 듯한 곳을 멀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전망대라고 표시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둡니다. 여기보다 더 가까이에 무료 주차장이 있지만 여기만큼의 전망을 얻을 수는 없다고 합니다. 

 


중간에 고양이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이 있었는데...


먹이 주는 사람인지 차를 알아보고 몰려드네요. 


파란 배경과 같이 몽환적인 풍경이 완성됩니다. 

 


음? 왜 이게 여기에?

 


들어가는 입구는 몽 생 미셸을 연상시킵니다. 

 

 


중앙에 역시 성당이 있습니다. 

 

 

 


골목골목 아무 생각없이 누비기 좋습니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아 한 시간 정도면 둘러 볼 수 있습니다. 

 

 

 

 


아까 맨 처음 이곳이 보였던 그 곳입니다. 


전망대에서 걸어왔던 길이 전부 잘 보입니다. (다시 차로 걸어가야 합니다. ㅠㅠ)


마지막으로 머리 속에 각인시켜 둡니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해서 무시하 차를 반납하고 라운지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습니다. (생 모짜렐라가 수북히 담겨있는 이탈리아 라운지의 클라스!)

 

이후 옆자리에 사람이 없었던 행운으로 인해 편안하게 귀국하였고 무사히 불금 정체를 뚫고 귀가하였습니다. 

(경부 하행선에 금요일 버스 전용차선을 운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이번 여행의 전리품입니다. Gubbio 지역의 전통 파스타와 이탈리아 국기로 색을 놓은 파르팔레, 그리고 트러플이 들은 소금입니다. 

 

 

이제 다시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국내든 해외든 놀고 먹는 건 꾸준히 할 계획이며 조만간 파도가 거친 어느 섬과 뜨거운 태양 아래 더 뜨거운 불을 지피는 여행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

 

불금 잘 보내시고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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