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행/2005 파리 함부르크

추억속의 기행 7일째 - 함부르크

baracude 2021. 4. 12. 11:56

일어나서 아침먹고 우선 예전에 다니던 학교에 전화를 했습니다. 

 

아직 아는 선생님이 남아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거든요. 

 

전화해서 반갑게 인사하고 오후 3시에 방과후 학교를 찾아가기로 약속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자라는 생각에 예전에 살던 집을 다시 찾아 갔습니다. 

 

물론 전과 다름 없는 모습으로 집은 서 있었고 잠시 근처를 어슬렁 거렸습니다. 

 

 

다음으로 어제 지나가기만 했던 음악 학원을 다시 가봤습니다. 

 

이번엔 사진도 찍고 안에 들어가서 혹 예전에 배우던 기타 선생님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지금은 없다더군요.

Hamburger Konservatorium. 

 

음악학원으로 저는 예전에 여기서 기타를 배웠습니다. 

 

기타 선생은 뉴질랜드 사람이었더랬습니다. 

 

다시 집 근처로 가서 어슬렁 거리다가 마지막 한 번 잘 보고 떠났습니다. 

 

자주 가던 슈퍼 인근에서 어제 못 찍은 사진도 찍고 

 

이번엔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 보기로 했습니다. 

 

시간은 더 오래 걸리지만 간혹 지하철 타고 가는 것이 지겨울 때 이용했던 방법입니다. 

 

집 인근에 자주 가던 슈퍼. 

 

커다란 나무 뒤에가 슈퍼고 그 왼쪽에 노란색 간판은 우체국입니다.

 

 

함부르크의 모든 버스 정류장에는 지나가는 버스 노선도가 표시된 지도와 시간표 

 

그리고 앞으로 지나갈 정류장 전체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함부르크 버스는 시설 면에서는 최곱니다. 

 

중앙에 휠체어 또는 유모차를 위한 커다란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이 사람들을 위해서 버스 출입문에는 계단이 없도록 설계되었으며 

 

또한 운전자의 조작에 의해 버스의 오른편, 

 

그러니깐 출입문 쪽이 아래로 쭉 기울어 질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인도와의 단차를 해소 하여 장애인, 유모차, 짐 등을 편하게 들고 탈 수 있기 위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저단차 버스라고 불립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몇 대 도입되어 있지 않지만 함부르크의 모든 버스는 

 

이 시설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또한 버스도 시간표를 준수하여 다니기 때문에 

 

제 시간에만 버스 정류장에 가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다만 출퇴근 시간에는 약 10분, 

 

그외 시간에는 대략 20 분 간격으로 버스가 오기 때문에 무작정 갔다간 

 

한참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끔 학교에서 오는 길에 들리던 쇼핑몰(Elbe Einkaufzentrum)을 지나쳐 

 

다시 학교 앞 지하철역으로 왔습니다. 

 

여기서 내려 점심은 역시 가끔 가던 스테이크 전문 체인 레스토랑인 

 

block house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식당에서 주문을 하려고 하는데 문득 스테이크를 시키면 

 

도저히 다 먹을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시키면 반근에 해당하는 고깃 덩어리외에도 

 

어른 주먹보다 큰 구운 감자 한 덩어리, 빵 한 쪽 

 

그리고 우리나라 피자헛 샐러드 접시의 두배 크기의 접시에 가득 담긴 

 

샐러드를 같이 줍니다. 

 

항상 배고팠던 어린 시절에는 거뜬히 먹어 치웠지만 

 

이제는 도저히 이걸 다 먹을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역시 이 식당에서 잘 하는 음식 중 하나인 

 

(프랑스식) 양파 스프에 구운 감자를 시켰습니다. 

 

이 음료는 전에도 이야기한 콜라와 스프라이트를 반반씩 썩은 Spatzi라는 음료수 입니다. 

프랑스식 양파 스프 입니다. 

 

여기선 요리하는 방식은 그릇에 스프를 담고 빵을 한조각 안에 넣은 다음 

 

위에 치즈를 한장 덮어서 오븐에 구워 냅니다. 

 

구운 감자와 곁들여 나온 빵. 

 

빵은 살짝 마늘 소스가 발려 있고 구운 감자위에 뿌린 것은 사워크림 입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요.


 

점심 먹고 다시 호텔 근처 쇼핑 지역을 어슬렁 거리면서 

 

선물 몇가지와 저녁 거리를 샀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옛 선생을 만나는데 티샤스 쪼가리 등을 걸치고 가기가 뭐해서 

 

남방을 하나 빨려고 빨래 비누를 살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이 것!

 

 

튜브로 된 이 물건의 정체는 

 

"(여행자를 위한) 튜브에 든 빨래용 세제" 입니다. 

 

저는 장기간 출장 갈 때도 짐을 많이 들고 가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그래서 항상 비행기 기내용 여행 가방 + 옆에 메는 일반 서류가방 이상 짐을 

 

절대 가져가지 않습니다. 

 

보통 여행 가방의 반은 양복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항상 가져갈 수 있는 옷의 양을 최소로 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1 주일 이상 출장인 경우에는 주로 근처의 세탁소, 

 

그러니깐 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전 넣고 돌리는 세탁기를 이용하거나 

 

비싼 돈을 주고 호텔에 맡겨 세탁해 옷을 입곤 합니다. 

 

혹은 세제 작은 것을 사서 화장실에서 빨래를 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세제를 헹구는 게 매우 힘든 일이라는 겁니다. 

 

몇 번을 헹궈도 계속 나오는 비눗물... 

 

그러다가 적당히 하고 그냥 말려버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겉에 설명된 대로라면 이 튜브에 든 액상 세제를 이용하면 

 

손빨래가 매우 쉬워진답니다. 

 

5리터의 물레 약 5cm 정도의 세제를 짜 넣고 빨래를 잠깐 담궈둔 다음 

 

한 두번만 헹구면 빨래 끝! 이랍니다. 

 

아아 요번 여행에서 얻은 최대의 수확입니다. 

 

그래서 냉큼 두 개 사버렸습니다. 

 

 

호텔로 돌아와 이 세제를 이용해서 빨래를 했는데... 

 

역시 금방 잘 헹궈지는 군요. 

 

앞으로 출장이나 여행 갈 때 지난번에 장만한 휴대용 스팀 다리미

 

(국산 쇼핑몰에서 파는 조잡한 것이 아닌 켄우드 것입니다. 

 

참고로 국산 쇼핑몰에서 몇천 구백원에 파는 것은 실제로 사용해본 사람이 말하기로는 

 

다리미 열판에 손을 직접 대도 데이지 않을 정도랍니다.)

 

와 더불어 매우 요긴하게 쓰일 것이 틀림 없습니다. 

 

이로 인해 가져가야 하는 옷의 양을 더 줄일 수 있겠군요. 

 

중간에 한 번 정도 화장실에서 빨래하고 비치되어 있는 드라이기로 말리고 

 

다리미로 다리면.... 옷 두 세벌만 가지고도 몇 주일은 버티겠지요. 

 

 

여튼 빨래하고 말리고 다리미질 하고 옛 선생님을 만나러 다시 학교로 갔습니다. 

 

사무실로 가려는데... 아 복도에서 딱 마주쳤습니다. 

 

머리 색깔이 약간 더 하얗게 변한 것 말고는... 

 

글쎄요 거의 옛 모습 그대롭니다.

 

이제는 나이가 62살로 앞으로 길어야 3년 이내에 은퇴해야 할 사람입니다. 

 

하지만 놀랐습니다. 저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더군요. 

 

(마지막으로 본 것이 13년 전입니다.)

 

 

그동안 각자 어떻게 지냈는지도 이야기 하고 학교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변할 것인지 등등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옛 선생님들에 대해 물어보니 일부는 은퇴하거나 학교를 떠났지만 그

 

래도 상당수의 선생님들이 아직도 남아 있답니다. 

 

방과후라 모든 옛 선생님을 만나진 못했고 

 

(날씨가 좋아서 이미 일부 선생님들은 학교가 끝나자 마자 퇴근했답니다.) 

 

영어 선생님과 화학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학교를 떠난 선생님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은 

 

지금 아프리카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는 

 

(무슨 일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예전 담임이었던 생물 선생님입니다. 

 

인터넷에서 한번 검색해 봐야 겠습니다. 

 

 

선생님과 같이 학교를 주욱 한 바뀌 돌았습니다. 

 

새로운 건물도 옆에 짓고 해서 학교 구조가 약간 틀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실 내부 구조는 예전과 그대로, 화학실 같은 경우에는 

 

심지어 책상과 의자도 옛날 그대롭니다. 

 

그리고 역시 전체적으로 예전에 기억했던 것 보다 작아 보입니다. 

 

중앙 계단 벽에 그려진 그림. 예전 그대로네요.

 

이 그림은 몇회 졸업생들이 학교를 떠나기 전 기념으로 그려논 것입니다.

 

사물함. 역시 예전 것 그대로입니다.

 

강당. 

 

규모 면에서 일반 강당보다는 매우 작지만 

 

학생 수가 워낙 작은 학교니 크게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여기서 일주일 한 번씩 조회도 했었고 입학식, 졸업식도 하며, 

 

가끔 댄스파티도 열고, 연극 공연도 했었고, 참 많은 추억이 있습니다. 

 

3면이 관객석이 되기 때문에 연극 공연을 할 때는 매우 아늑한 소극장 분위기가 납니다. 

 

체육관 가는 길. 

 

앞에 보이는 문 뒤에 샤워실과 락커 룸이 있고 거기를 지나면 체육관으로 연결됩니다. 

 

2층. 주로 인문과학 과목들의 교실이 있었습니다.

 

3층. 과학 및 미술 과목 교실이 있습니다. 

 

왼쪽이 화학, 생물 교실, 오른쪽이 미술 교실입니다. 

 

화학실 안에서 만난 옛 화학 선생님. 이 분 역시 몇 년 이내에 퇴직할 분입니다.

 

미술실. 책상과 의자는 새것으로 바꼈지만 구조는 역시 예전과 그대롭니다. 

 

옛날 입구. 예전엔 이 문으로 출입했습니다.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학교를 나오면서.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선생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내후년이 학교 개교 50주년이랍니다. 

 

그래서 큰 행사를 열 계획이라네요. 

 

하지만 아마도 그때에 다시 오기는 힘들겠지요. 

 

또 앞으로 몇 년이 지나야 다시 올 진 모르겠지만 

 

조만간 아예 새로운 곳으로 학교를 옮길 지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추억의 장소가 하나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겠지요. 

 

가능하면 옮기지 말았으면 합니다. 

 

 

어느덧 시간이 늦었고 해서 선생님과 인사하고 헤어졌습니다. 

 

다음에 다시 올 때는 이 선생님들도 모두 은퇴하고 안 계실 테고 앞으로 

 

다시 못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제 추억의 기행도 마지막입니다. 

 

내일 새벽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무리 내일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고 해도 

 

오늘 저녁만큼은 추억에 잠겨서 늦게까지 돌아다닐 계획입니다.